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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 김훈

인조 15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김훈 작가의 역사소설은 마치 역사적 현장에 있는 것처럼 사실적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남한산성에서 나라를 침략한 청나라 군을 지켜보며, 고뇌하는 인조의 모습이 바로 앞에 있는 듯이 눈에 선했다. 나라를 위해 300년 종사의 자존심을 걸고 선택의 기로에서 어려워하는 인조와,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명분으로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신하들과 국가의 존립을 위해 나라의 자존심을 버리려는 신하들 간의 다툼. 왕과 신하 간에 던져지는 질문들과 그 속에 돌아오지 않는 답으로 인하여 지속되는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직면하는 사람들의 모습. 당시의 모습이 떠오르면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간 것에 대한 분노가 동시에 생겼다. 

 결국은 왕은 국가의 자존심을 버리고, 국가의 존립을 지킨다. 

 지금의 현대인과 일치하는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내가 살면서 직접적인 부당한 압력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경우가 얼마나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당한 위협에서 스스로의 생존을 걱정할 일이 없다. 남한산성의 삼전도 굴욕은 부당한 압력이 존재했을 때, 성립이 가능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사항은 나에게 압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내에게 부당한 압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의 친밀감을 볼모로한 부당한 장난이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올린 비난의 댓글이 누군가의 삶을 위협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의 우리의 삶 속에서 매번 인조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을지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부당함과 타인이 생각하는 부당함 사이에서 서로에게 용골대가 되어 상대에게 홍이포를 겨누고 있을 것이다. 끝난 줄 알았던 침략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현재의 우리를 위협하고, 미래의 나에게 다가왔다. 그 위협 속에서 우리는 자존심과 실리의 선택의 기로에서 최선의 결과를 안겨 줄 결정을 해야 한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실력을 닦아야 한다. 

책에 마지막에 이렇게 씌여 있었다. 

"말의 길은 마음속으로 뻗어 있고, 삶의 길은 땅 위로 뻗어 있다. 삶은 말을 온전히 짊어지고 갈 수도 없고 말이 삶을 모두 감당해낼 수도 없다. 

 말의 길과 삶의 길을 이으려는 인간의 길은 흔히 고통과 시련 속으로 뻗어 있다. 이 길은 전이미답이고, 우회로가 없다."

'남한산성' 김훈 작 -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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