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건 인간 관계 였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1990년대의 직장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는 매우 직관적인 [계급사회] 였다.
상급자의 부조리는 아주 당연한 처사였고, 하급자는 나중에 누릴 자신의 [부조리]를 상상하며, 상급자의 부조리를 인내했다.
2000년대부터 2005년까지는 하급자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부조리를 상급자에게 피력하는 신문화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기원 이래에 없어지지 않았던, 하지만 존재한 적도 없었던, 이른바 [요즘 애들]의 전형적인 예시 케이스가 되었다.
여전히 하급자가 의견을 피력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자신이 겪고 있는 부조리를 상급자에게 호소할 뿐이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드디어 하급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상급자가 대뜸 하급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다. 여기서 하급자의 [라벨]이 붙기 시작됐다.
상급자의 갑작스런 질문에 좋은 대답을 하면, "이번에 들어온 신입, 아주 똘똘해" 라는 소문이 퍼졌고, 대답을 우물쭈물 했다면 좋지 않은 소문과 낙인으로 쉽지 않은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부터 2015년에는 의견이 또렷한 신입들이 줄을 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되는
[자기 PR 시대]가 도래하면서, 너도 나도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기 바빴고, 자신의 의견에 대한 타당성과 합리성으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무던한 노력이 시작됐다.
사회적 연륜과 경험이 부족한 [애들]이 무슨 논리력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적당히 짜맞춰서 억지스럽지 않은 주장을 이어 나가면 훌륭한 수준이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모든 세대가 자신의 의견에 합당할 만한 근거와 논리를 갖추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세대의 춘추전국시대]가 아닐 수 없다.
각자의 세대가 경험한 삶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블록버스터급 근거와 논리 구조가 충돌하면서, 세계 3대 성인과 알파고가 뜨거운 접전을 펼치는 스펙타클한 광경을 수 없이 목도했다.
그 과정에서 [꼰대]와 [젊은 꼰대]의 의견 충돌은 가장 진귀한 장면으로 수많은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0년부터 현재는 [세대의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세대간 통합]을 위한 의사소통이 끊임 없이 노력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류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약 30여년 동안의 직장생활 내에서의 의사소통 문화를 살펴봤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사실]은
'실제로 일어났거나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가리키는 의미"
[의견]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
즉, 어떤 사실 혹은 진실에 대해서 상대방과 대화할 때, 본인의 의견을 나눠야하는 대상인지, 사실 전달만 해야하는 사람인지 구분하지 못 하면서 인간관계의 문제가 발생한다.
직장 생활에서 물어보는 [의견]도 회사에서 제공한 사실에 입각해서 추론된 내용이어야 한다. 하지만 직장 생활의 경험이 짧거나 없는 신입사원들의 경우, 매우 자신있게 자신의 삶의 경험을 녹여서 발표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생활의 경험이 긴 사람의 경우, 현재 회사의 분위기와 시스템과는 다른 새로운 [사실]을 기반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없는 경험을 끌어올려서 만들어 내고 있고, 누군가는 모든 경험을 가지고 현재 상황을 해석하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부족한 경험을 메우고자 끌어올린 의견과 넘쳐나는 정보의 융합으로 현재를 재해석한 의견의 만남은 사실 좋은 결과로 성사되기 쉽지 않다.
너무나도 많은 변수와 개인차 그리고 사람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나와 너]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차이가 관계가 충돌을 야기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너]의 차이를 줄일 수 있을까?
차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시도하지 말자.
나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도 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직장생활에서 [나와 너]의 차이를 줄이려는 시도와 노력으로 [가족]을 돌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사람 하나의 삶을 이해하는데,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지금의 모습과 다르게 내가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음에도 상대방이 미울 수 있다. 그저 그 사람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나쁘고, 상대방이 불편한 느낌은 그 사람의 행동양식이 내가 추가하는 것과 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관계가 깊어 질수록 상대방이 나와 다른 다는 것이 지속적인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상급자는 강요할 것이고, 하급자는 거부할 것이고, 갈등이 시작된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끼리 더 담백해질 필요가 있다. 상대방에게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보편적 타당성에 부합된다고 하면, 말하고 그렇지 않다면 입을 닫자.
말하고자 하는 것이 보편 타당한지 모르겠다면, [보편적 타당성]을 갖추기 위한 공부를 해라.
지금 그대가 몇 살이고, 얼마나 살았고, 무엇을 알고 있으며, 어떤 경험을 했는지는 그대의 존재 가치에만 중요함을 갖는다.
인류의 평화와 국가의 존립성을 지키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게 아니라, 자본주의사회에서 금전적 재화를 취득할 목적으로 회사 다니는 근로자라면, 부디 분수에 맞게 상대방에게 적당히 하기를 바란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상급자건 하급자건, 그대의 개인적인 의견 따위를 들어줄 이유는 없다. 우리들의 개똥철학은 집안 벽지에 발라두고 나오자.
혹시라도 우리들의 인간적 호감도가 상승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높은 내적 친밀감을 유발해서 우리의 의견과 도움을 간절히 원한다면,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너의 의견을 전달해라.
내 의견이 다소 딱딱하거나 정 없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너의 같잖은 의견 때문에 누군가가는 상처를 받을 수 있고,
누군가가 전달하는 사실을 해석하는 너의 의견 때문에 상대방을 오해할 수 있다.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차라리 담백해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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